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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연 보양식 ‘팔롤로’ 



사모아에 특이한 축제가 하나 있다. 10월, 11월 일년에 딱 두번, 보름달이 뜨면 사람들은 흰색 레이스가 달린 옷(사모아에서는 중요하고 경건한 날 흰색 옷을 입는다)을 입고, 아름답고 화려하게 화장을 한 후 뜰채를 들고 바닷가로 몰려든다. 이 기간에만 수면으로 떠오르는 '바다벌레'를 건져 올리기 위함인데, 팔롤로(Palolo, 학명 Eunice viridis)라 불리는 이 벌레는 지렁이 보다는 가늘고 짧은 촉수들이 온몸을 뾰족뾰족 덮고 있는 모양으로, 갈색, 파란색, 초록색에 미끈미끈하니 점액이 주루룩 흐르는 게 모양새는 정말 불친절하다. 보름달이 뜰 때 건져 올리는 이유는 햇빛을 받으면 순식간에 녹아버리기 때문에 칠흑같은 밤바다에서 그나마 달빛의 도움을 받기 위함이다. 바다에 들어가며 화장을 하는 이유도 있다. 하나는 화장품의 냄새로 벌레를 유인하기 위함이요 다른 하나는 이 신성한 벌레에게 예를 갖추기 위함이다. 


처음에 팔롤로의 가격이 사모아의 물가에 비해 지나치게 비싸 뭔가 숫자가 잘못된 거라 생각하고 재차 물었던 기억이 있다. 종이컵 반 컵 정도에 100탈라(4만5,000원), 0.5리터에 500탈라(25만원)정도니, 어른 팔뚝 두배만한 통 참치 한마리에 70탈라(3만5,000원)인 것과 비교하면 말도 안되게 비싼 가격이다. 게다가 벌레인데 말이다. 단, 축제기간에는 건져 올리는 사람이 마음대로 가져다가 먹거나 팔 수가 있다. 외지에서도 찾는 사람들이 많아 사모아 사람들의 중요한 수입원 중 하나가 되었다. 


사모아 사람들 입맛이 유독 특이하고 징그러운 걸 모르지 않을텐데, 그 누구를 잡고 “팔롤로를 왜 먹느냐?”라고 물어도 돌아오는 대답은 한결같다. “맛있어서!” 아니, 세상천지 맛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왜 엽기스럽고, 힘들게 보름달이 뜨는 밤 바다에 몸을 담궈 잡은 미끈미끈한 벌레(?)를 물에 씻어 즉석에서 먹는걸까. 우리나라 사람들이 갓 잡은 생선을 배에서 회 쳐먹듯 사모아 사람들은 팔롤로를 잡자마자 한 움큼 집어 입속으로 직행하는데 가히 엽기적이다. 맛있긴 정말 맛있다고 한다. 굴 맛과 유사한데, 비린내가 없고 질감이 좋아 잘 씻어서 양파와 코코넛밀크에 버무려 먹으면 그야 말로 산해진미로 절대 잊을 수 없는 맛이란다. 꼭 한 번 먹어보고 싶긴 하다.

 

이 벌레의 진짜 정체, 뭔가 몸에 엄청 좋거나 특히 남자에게 좋은 성분이 있지 싶어 간단히 연구(?)를 해 본 결과, 흠흠, 역시…. 산 곰의 쓸게도 빼먹는 보양의 달인 한국인들이 알면 팔롤로가 떠오르는 이 기간에 사모아의 바닷가는 한국사람들로 그득하지 싶다. 팔롤로는 산호의 성기(the sex organ of coral)로, 10월과 11월 사이 보름달이 뜨는 몇일간 번식을 하기 위해 물 위로 떠오른다고 한다. 암컷은 몸속에 알이 가득한 초록빛이고, 수컷은 붉은 갈색빛으로 대부분이 암컷이라 언뜻보면 파래처럼 보이기도 한다. 팔롤로의 성분 역시 매우 화려하다, 소고기와 비교하면 단백질 함유량은 비슷한 반면, 지방은 적고, 칼슘, 인, 비타민A·C, 특히 눈에 좋은 카로틴이 소고기의 1,350배나 함유되어 있다. 팔롤로는 사모아, 아메리칸 사모아, 인도네시아에서 볼 수 있다. 한국의 첫번째 원양어선 기지였던 아메리칸 사모아에는 한국사람이 많이 살고, 사모아와는 단 30분 거리니 아무래도 조만간 사모아로 ‘팔롤로 씨 말리기’투어가 양 나라에서 진행되지 않을까 싶다. 10월이면 얼마 안 남았다. 

 

여행신문 2014-07-14

출처: http://www.traveltimes.co.kr/bbs/board.php?bo_table=News&wr_id=90145&code=D


[자료] 소고기과 팔롤로 영양성분 비교표

원문다운로드(original)

vol13n2-191-194.pd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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